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앉아서 떠나는 여행/사회

보이지 않는 여자들 - 편향된 데이터는 어떻게 세계의 절반을 지우는가 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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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는 여성과 여자의 차이를 구분짓고 있다. 젠더로서의 여성과 생물학적 여자로 나뉜다. 어느 정도 일견 일리가 있는 듯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너무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특히나 헬스클럽을 이용하는 여자들은 남자들이 골칫거리 내지는 괴물을 보는 표정으로 자신을 쳐다보리라는 사실을 안다고 한다. 이게 그 무슨 말도 안되는 피해의식인가? 웨이트트레이닝을 하는 여자들이 많지 않아서 신기해서 쳐다보는 경우일수도 있고, 혹은 그냥 아무런 생각 없이 사람이 오고 있기 때문에 쳐다보게 되는 경우가 있어도 괴물 보는 표정으로 골칫거리인양 쳐다본다는 것은 저자가 얼마나 남성과 여성이라는 이분법적인 좁은 프레임으로 세상을 바라보는지를 알 수 있다. 올곳이 아니라는 눈총을 준다는게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인가. 무슨 독심법이라도 익히고 있는 사람처럼 이야기하고 있다.

페미니스트들이 쓰는 시선강간이라는 말이 있다. 시선으로 강간한다는 것이다. 그런데 쳐다보는 것만으로도 과연 강간이 성립하는건가? 운동하는 사람을 그냥 쳐다보기만 해도 강간이라는 표현이 맞는 것인가? 성희롱의 기준이 법적으로 (가해자의) 성적인 언동', '(피해자의)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이라고 표현되어있다. 성적인 언동의 기준과 성적 굴욕감과 혐오감은 어떤 잣대로 판단할 수 있는가? 온갖 것에서 감수성을 가지고 불편한 점을 집어낸다. 여자는 온갖 고통 속에 사로잡혀 힘겹게 살아가는 촛불처럼 묘사된다. 그들에게 여자는 굉장히 많은 피해를 받기만 하는 것처럼 보여진다. 나약한 온실속 화초처럼 여성을 바라본다는 느낌이 들었다. 남자들은 역사속에서 받은 피해가 없는가? 3D업종에서 고된 노동을 담당하는 것은 거의 100% 남자들이다. 현재 우리나라 50대 독신남성의 자살율은 세계 1위이다. 2년이라는 시간 동안 여자들이 밖에서 공부하고 돈 벌고 자기계발할 때에 꽃다운 청춘의 2년이라는 시간 동안 목숨걸고 국방의 의무를 다 한다. 우리나라에만 국한된 것이라는 이야기를 할 수 있겠다. 하지만 역사를 보라. 가정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바친 수많은 남자들이 존재할 것이다. 과연 여성에 대한 데이터 공백이 그들에게 좋지 않은 부분만 남겼을까? 페미니즘은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한 '큰 이야기'가 아닌, 조금씩 상호보완적으로 헤쳐나가야할 '작은 이야기들 중 하나'가 아닐까? 가장 우선은 비서구권에서 이루어지는, 특히나 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에서 이루어지는 여성의 인권에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그리고 이 책의 단점은 인도에 있었던 델리 강간 사건을 가져오면서 얼마나 여자가 성희롱, 성폭행의 위험성을 가지고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그런데 마치 남자가 문제인양, 그리고 남성디폴트의 사회이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여자가 많이 이용하기 때문에 일어났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이러한 문제는 그 나라의 종교(힌두교), 문화, 관습, 사고관념, 윤리의식, 준법정신, 법치의 형평성, 정책투명성 모든 것을 고려하고 이야기해야만 한다. 이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법으로 제한하는 부분이 아니라 문화 종교 관습이 가장 중요하다. 군중의 정신의 영향에 가장 크게 미치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부분에 대해서 고려가 먼저 이루어지고 적절한 해결책이 제시되는 것이 우선이다.

여자들의 돌봄이 남성에 비해서 훨씬 많다는 것, 그리고 무급노동이 남성보다 많다는 것 또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었다.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기술적인 부분에서 발전이 되어서, 조금 더 혁신적인 아이디어를 통해서 기존에 쉽게쉽게 만들어졌던 고정관념 같은 것을 조금씩 교체해나갈 필요성은 느껴진다. 도시를 설계해나갈 때에 아파트를 건축할 때에도 가정에서의 일, 돌봄이 쉬워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미래지향적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야 남자와 여자 모두 유급노동에 쉽게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함으로써 생기는 부작용에도 분명 고려를 할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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